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하얀 모니터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니, 커서가 어서 이야기를 해달라는듯이 깜박깜박인다.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까. 한국에 온지 거의 2주가 넘었다. 보고싶던 사람들을 만나고, 정신없이 이야기를 하고 웃고, 별빛이 자취를 감춘 대도시의 빛 공해에 눈이 아찔해져 눈을 잠시 감아보면. 그 짧은 순간에마저도 아일랜드의 바람소리가 들린다. 유난히 언덕이 굽이졌던 밸리베이. 고불고불 언덕을 지나 바람에 휫날리는 들꽃들에게 손으로 인사를 건네고, 하얀 양털이 구름같았던 수컷 양 램이 나를 먼저 반겨줘 달려가면 가든에서 일을 하는 젊은 코워커들, 한 여름 더운 비닐하우스안에서 옷 소매를 질겅질겅 씹고 있을 케빈, 누인하우스 키친에서 사색에 빠져 차 한잔 하고 있을 우리 에일린, 흥얼흥얼 노래하고 있을 에이든, 절뚝절뚝 잔디를 깍고 있을 레이몬드, 나무를 무서워하며 고개를 푹 숙이며 빠른 보폭으로 샤머락하우스로 걸어가는 멜레키. 멋진 카펫을 만들고 있을 케빈, 결혼하자며 하루에도 10번 넘게 청혼을 하고 있을 존. 브랜든, 윌리엄, 리지, 우리 리지. 눈을 깜빡깜빡거리는 그 짧은 순간에도 나는 어느새 아일랜드 캠프힐로 순간이동이다. 갑자기 변해버린 환경에 어찌할 바를 몰라 길잃은 사람처럼 멍하니 서 있기가 몇 번. 나는 아직 한국의 이방인이다. 아니, 아일랜드의 그 소중한 순간순간을 추억속에 묻어버리기 싫다. 아직 헤어질 준비가 덜 됐는데, 하며 떠나기 10분 전까지 안 닫히는 트렁크를 부여잡고 땀과 눈물로 범벅이 된 나는 텅 비어버린 내 방 안에서 그렇게 하염없이 울었더랬다. 어서 가라며 손 흔들던. 병실속의 에일린. 리지가 캠프힐을 대표해 말해줬던 'Thank you'.눈물 흘리며 있는 힘껏 따뜻한 포옹을 건내줬던 우리 사람들. 가족들. 난 아직도 'Good bye'란 헤어짐의 인사말을 나누지 못했다. 아니 나는 하지 않았다. 난 마음속에서 항상 함께할 거니까. 그건 이별이 아니니까. 뭉클. 혼란. 반가움. 쓰라림. 뭐야?